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일대에서 열린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 참가자들이 '기회는 평등하게' 등이 적힌 손팻말과 연두색 종이 비행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 등장했던 문구가 1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 청계천로 일대에서 울려 퍼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가 이날 연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에서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열린 문화제에는 노조 관계자와 청년 시민단체 관계자, 일반 시민 등 약 150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모두의 합의를 무시한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발표 때문에 사회는 혼란 속으로 빠졌고 국민들은 분노했다”고 했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는 지난 6월 협력업체 비정규직인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로 직고용하기로 발표했는데, 이런 방식의 정규직 전환이 노사 합의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노조는 공사의 이런 직고용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일대에서 열린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 참가자들이 스마트폰 불빛을 켜고 양 옆으로 흔들고 있다. /뉴시스
문화제가 열린 예금보험공사 앞부터 청계천 광통교를 가로질러 관정빌딩까지 약 100m에는 오후 6시30분쯤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 중 다수가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20~30대 청년들이었다. 청년 시민단체 ‘청년과 미래’를 이끌고 있는 전영민 대표는 이날 무대에 서서 “인국공 사태를 보며 우리(청년들의) 노력이 죄가 돼 살아야 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노력하는 자보다 운이 좋은 자가 결과를 독식한다면 우리 청년들의 삶은 더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직장인 김준영(20)씨는 “전환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고, 정당한 방식으로 (공사에) 입사한 사람들에겐 차별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기업 준비를 1년 정도 했다는 대학생 황모(20)씨는 “공기업 최종면접에서 떨어져 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은 노력도 하지 않은 사람들을 ‘프리 패스’시키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일대에서 열린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 참가자들이 비옷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리에 앉아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공사 직원들은 “3년간의 합의가 단 3일 만에 뒤집혔다”며 공사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비판했다. 김영국 한노총 인천지역본부 의장은 “2017년 5월 인국공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이후 장장 오랜 기간 협의해 노사정 합의를 이뤘고, 보안 검색 요원들은 고용 안정이 보장된 자회사 정규직으로 성공적인 전환 절차를 밟고 있었다”며 “그런데 공사는 합의를 한순간에 뒤엎으며 청원경찰 직고용을 일요일 늦은 밤에 기습적으로 발표했다”고 했다.
공항 소방대에 13년간 근무한 황병민 소방반장은 “함께 일했던 동료 34명은 이번 졸속 직고용으로 일자리를 잃고 수십년 간 동고동락했던 정든 직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킬 수 있게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주최 측은 이날 ‘공정’ ‘Justice(정의)’ 등의 문구가 적힌 물병과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했다.
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일대에서 열린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 참가자들이 '공정한 과정'을 의미하는 연두색 종이 비행기를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다. /뉴시스
문화제는 이날 오후8시30분까지 계속됐다. 날이 어두워지자 참가자들은 스마트폰 불빛을 켜고 양옆으로 흔들었고, ‘공정을 되찾자’는 의미로 공사 직원들이 준비한 연두색 종이비행기를 동시에 하늘로 날리기도 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왔다는 자영업자 전모(55)씨는 “휴가를 내고 아내, 아들과 함께 서울에 온 김에 들렀다”며 “아 무런 절차나 과정 없이 한방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불합리하고,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인국공 직원으로 이날 문화제에 참여한 주모(27)씨는 “2018년 하반기에 250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는데, 이번 사태를 보며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며 “주변에서는 (정규직 전환) 발표 날 분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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